로마에서는 아주 희한한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불편함과 불쾌함을 잊게 되는 경험이다.
지난 포스팅에서 로마 패스의 달라진 점들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보르게세 미술관에서 로마패스를 쓸 수 없게 된거다. 로마 패스를 구입한 관광안내소에서도 그런 얘기는 해주지 않았고 로마패스에 딸려 있는 영어 안내를 보면 보르게세 미술관을 사용할 수 있다고 쓰여져 있다. 그런데 미술관에 갔더니 A4용지에 대충 손으로 쓴 글씨로 6월부터 로마패스 쓸 수 없음. 이란 안냇말이 붙어 있는 거다. 위치나 좋으면 그냥 다른데 갈 수도 있었겠지만 여긴 외곽에 떨어져 있는데라 미술관을 보지 않고 그냥 가기에는 여기까지 온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현금을 내고 들어가기로 했다. 관람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어쩔 수 없이 걸어서 핀초 언덕과 포폴로 광장까지 걸어서 갔다 왔는데 날이 더워서 거의 땀으로 범벅이 된 상황. 여러가지 불쾌한 기분이 되었었는데 그래도 볼 건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여기 미술관은 냉방도 제대로 안되서 건물안에 들어가도 더워! (보르게세 미술관은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전화로 예약이 되지 않아서 그냥 무작정 갔기 때문에 2시간 기다림. 전화는 안 걸릴 수 있으니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가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면 로마패스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전화로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었다. 어차피 로마 패스 못 쓴다. 인터넷으로 예약 필수)
티치아노의 "신성한 사랑, 세속적 사랑"도 보고
르네상스 화가 가로팔로의 "나를 만지지 마라"도 보고.
베네치아 화가 야코포 바사노의 "최후의 만찬"도 보고. 이 최후의 만찬이 인상깊었던 건 아무것도 모르고 자고 있는 중앙의 요한이 귀여워서(?).
2층에서 이런 그림들을 보고 1층으로 내려왔다. 이 미술관은 베르니니의 조각작품으로 유명하다는 건 가이드북에서 읽어서 알고 있었다. 근데 사실 개인적으로 조각작품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뭘 봐도 그냥 다 그게 그거 같고 특히나 로마는 조각품으로 넘쳐나서 별다를게 있겠나 싶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미술관에 가도 조각작품이 있는 곳은 그냥 슥~지나가는 편이기도 하고. 근데...
1층에 가서 바로 보게 된 베르니니의 작품.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는 장면이다. 벗어나려는 페르세포네와 억지로 잡아가려는 하데스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역동적으로 표현이 되어 있어서 놀랐다.
페르세포네의 다리를 꽉 쥔 하데스의 손. 발 아래 케르베로스.
페르세포네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온 몸에 힘을 주고 있는 하데스의 육체.
아무리 저항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페르세포네의 절망감이 느껴진다.
아니, 무슨 이런 조각이 다 있는 건가? 이런 거 처음 본다. 보는 순간 압도당했다. 이 조각에서 느껴지는 역동성과 묘사력이 대단하다. 신화의 얘기일지라도 아, 하데스 개쉑(!)이라는 욕이 나온다.(이 조각 작품의 타이틀은 "플루토와 프로세르피나")
성경의 다윗과 골리앗에 나오는 다윗의 모습도 잘 묘사되어 있다. 벗어놓은 무거운 갑옷이 발 아래 놓여 있고 이를 악 물고 있는 힘껏 몸을 비틀어 최대한 멀리 돌팔매질을 하려는 모습이다. (작품명은 "다비드")
뭐니뭐니해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제일 유명한 작품은 아폴로와 다프네일 거다.
이런 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아까 가졌던 불쾌했던 기분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불쾌했던 기분을 다 날려버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뭔가 억울하다! ㅋㅋ 이런 경험들은 로마에서 몇번이나 했던 것 같다. 자질구레한 불쾌함들을 다 날려버릴 만큼 굉장한 것들. 로마 여행은 너무 즐겁다!
여담: 보르게세에서 베르니니가 좋아진 후 곳곳에서 베르니니의 작품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생겼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도 베르니니의 조각작품이 있다. 아, 멋지다..하고 누구 작품인가 찾아보니 베르니니였다는! 가까이에 못 들어가게 막아놔서 아쉬웠다.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도 베르니니의 작은 작품이 살포시 놓여있다.
사진 핀트가 나갔다. 아쉬워. 성 라우렌시오의 순교. 뜨거운 석쇠위에서 고문 받는 장면인듯.
아래가 지글지글 타는 고문을 받고 있으나 고문 받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다.
그래도 뜨겁긴 뜨거운지 발가락에 힘이 빡 들어가 있다.
로마에 있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에 베르니니의 무덤이 있었다. 멋져, 베르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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