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는 로마 귀족들의 별장들이 있던 곳이고 로마에서 약 1시간 반정도 걸려 갈 수 있는 곳이다. 우선 가는 법.
빌라 데스테 : 메트로 B노선으로 폰테 맘몰로(Ponte Mammolo) 하차. Co.Tral사 티볼리 행 버스로 갈아탄다. Largo Nazioni Unite에서 하차.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반.
빌라 아드리아나에서 오는 경우 : CAT사 버스 4번, 또는 4X에 탑승. 빌라 데스테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은 가리발디 광장(Piazza Garibaldi)
빌라 아드리아나 : 메트로 B노선으로 폰테 맘몰로(Ponte Mammolo) 하차. Co.Tral사 티볼리 행 버스로 갈아탄다. 혹은 로마에서 전철로 티볼리 행을 타고 티볼리 하차. CAT사의 버스 4번을 이용. 소요시간 약 1시간 반.
빌라 데스테에서 오는 경우 : 근처에 있는 가리발디 광장 앞에서 CAT사 버스 4번, 또는 4X에 탑승. 빌라 아드리아나에서 하차. 약 10분.
내 경우, 로마에서 전철-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테르미니역에서 기차로 티볼리 역까지 가서 버스를 탔는데 엄청 고생을 했다. 먼저 빌라 아드리아나를 가려고 했는데 위에 안내되어 있는 4번 버스를 타면 될 것을(근데 4번 버스는 1시간에 한대 밖에 없음) 버스표 파는 가게 주인이 엄청난 친절함을 발휘하여 보통 노선 버스를 가리키며 저것도 아드리아나에 간다고 해서 덥석 승차. 근데 이건 빌라 아드리아나 근처(근처라고 해도 걸어서 20분 거리)를 지나가는 버스였다. 보통 한국사람 상식으로 빌라 아드리아나 같은 관광지라면 내리는 곳이 잘 표시가 되어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이 버스는 그 흔한 "다음 정류장은 어디어디입니다"라는 방송도 없고, 전광판은 고장나 있고...아무리 가도 내리는 곳을 알 수 없어서 구글맵을 확인해 보니 버스는 별장을 한참 지나 외곽으로 빠지고 있었다는!! 그냥 얌전하게 4번 버스를 기다리자. 4번 버스 타면 별장 입구까지 데려다 준다!
기차를 타고 티볼리를 가면 좋은점 하나는 차창밖으로 이런 풍경들을 볼 수 있다. 우아~하는 감탄이 나오는 경치들.
그럼 본격적으로 빌라 얘기. 우선 티볼리에 있는 두 곳의 빌라. 빌라 데스테와 빌라 아드리아나.(물론 이 두 곳 외에도 별장이 있다) 역에서 가까운 곳은 빌라 데스테다. 티볼리 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음. 약 15분 정도 걸림. 근데 두 군데 다 들러보고 싶었기 때문에 먼저 더 먼 곳에 있는 빌라 아드리아나로 가기로 결정(이로 인해 버스를 잘못 타게 되는 일이 발생)
빌라 아드리아나는 로마 5현제 중 하나인 하드리아누스(76-138)가 지은 별장이다. 이전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로마 여행 전에 읽으면 좋은 책 "나의 로망, 로마-여행자를 위한 인문학"을 보면 하드리아누스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나온다. 하드리아누스는 건축 천재라 부를 수 있는 인물로 이곳 저곳에 많은 건축물을 남겼는데 로마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돔형 건물 판테온을 지은 황제이기도 하다.(판테온을 처음 만든건 아그리파. 재건하면서 새로 설계해서 돔으로 만든 건 하드리아누스) 이런 황제가 별장을 지었다니 당연히 보러 가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개인적으로 폐허를 좋아한다. 폐허가 된 역사적 유적에 가 보면 그 옛날의 사람들이나 생활들을 상상해보며 괜시리 낭만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빌라 아드리아나에 가보니 별장이라고 해서 큰 건물이 하나 있다고 생각했고만 왠걸 엄청난 대지 면적에 돈 많이 들인 작은 마을을 만들어 놓았다.
입구를 지나 들어가 보니 이런 연못도 있고(페킬레Pecile라고 하는데 페킬레는 대체 무슨 뜻인가?) 찾아 보니 그리스 건축물 스토아 포이킬레를 모방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금은 없지만 당시에는 이 연못을 회랑이 둘러싸고 있었다고 한다.
여러 건물들이 폐허가 되었기는 하지만 2세기에 만들어진 그대로 남아있다. 욕탕도 있고 도서관도 있고 극장도 있고 신전도 있고...있을 건 다 있음.
이건 목욕탕 입구. 로마인들에게 목욕탕이 아주 중요했던 모양. 큰 목욕탕 작은 목욕탕 두개나 있다.
여기저기 이런 도마뱀인지 뭔지 잔뜩 돌아다닌다.
벽의 모양도 그대로 남아 있다.
저 안쪽에 보이는 게 신전. 이집트의 것을 그대로 본따왔다고 함.
거북이가 헤엄쳐 다니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카노프스. 카노프스는 이집트 나일강 하구에 있었던 카노프스라는 운하를 이미지로 만들었다 해서 카노프스라 불린다고.
이렇게 좋은 날씨에 2세기 건축 천재 황제가 만든 별장에 와서 어슬렁어슬렁 거닐 수 있다는 건 정말 최고.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올리브 나무가 이렇게 많다. 젊은 사람들이 나무 밑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아마도 지역민들이겠지. 관광객이면 여기저기 돌아댕기느라 바쁠테니.
남아있는 도리아식 기둥. 약 1800년 전의 대리석이란 생각이 드니 뭔가 시간 감각이 이상해지는 거 같다.
해상극장. 이 별장 거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는 별장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원형 극장이고 둥글게 수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당시에는 배를 띄울 수도 있었다고 한다.
이건 뭐였을까? 다 보고 나서 나오는 길 찾다가 길을 잃어서(길을 잃었다!!)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보게 된 것.
여름에 가게 되면 무지무지하게 덥기 때문에 양산도 필요하고(근데 양산 쓴 사람 나 밖에 없어서 좀 뻘쭘했음) 썬크림도 확실하게 발라야 하고 꼭 물을 가져가야 한다. 목말라. 생각보다 엄청나게 넓기 때문에 더울 땐 좀 고생스럽다. 가을 쯤 선선할 때 가면 진짜 좋을 듯. 꼭 한번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둘러보고 나서 이번엔 확실하게 입구 정류장에서 4번 버스를 탔다. 그럼 가리발디 광장에서 내리면 되고 거기서 빌라 데스테까지 걸어가면 된다. 빌라 데스테는 16세기에 건축을 시작해서 19세기까지 계속 공사를 했다고 한다. 빌라 아드리아나에 갔을 때 별장이니까 멋진 건물이 하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는데 여기야 말로 이미지에 들어맞는 곳이었다. 여기 오기 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이곳 사진을 보고 멋지다 했는데 실제 가봐도 멋있었다.
빌라 데스테는 특히나 건물 밖에 있는 분수들이 유명하다. 아무런 전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16세기 건축이니까 당연하지만) 자연의 수압만으로 이렇게 많은 분수를 만들어냈다니 대단하다.
이 분수가 대단했던 건 이 날 아주 더웠는데 이 분수 앞에 앉아 있으면 진짜 시원하다. 그냥 저렇게 물이 뿜어져 나오는 것 만으로 실제로 시원해지는 건 처음으로 경험했다.
의미가 있는 분수이겠으나 현대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 남사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음악 분수라고 해서 뭔가 대단한 걸 기대했는데(하루에 정해진 시간 밖에는 시연되지 않는다) 분수를 통해서 안에 있는 오르골 같은게 연주되는 그런 거였다.(별거 없었음)
코끼리인가??? 잘 보이지 않지만 이것도 분수다. 여기선 안 보이지만 밑에 잔디밭에 누군가 누워서 책 읽고 있었다.
그리고 별장에서 보이는 풍경. 산위에 있는 거라 산 아래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사실 이곳은 말이 필요 없고 그냥 돌아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 이곳은 16세기부터 세워진 건축물이지만 뭐랄까 2세기 건축 빌라 아드리아나를 보고 오면 굉장히 최근에 지어진 건축물이란 느낌을 받게 된다. (로마에 있으면 시간감각이 이상해짐) 개인적으로 어느쪽이 더 마음에 드는가 하면 빌라 아드리아나. 역사적 유적이 주는 로망을 느끼고 싶다면 단연 빌라 아드리아나. 근데 빌라 데스테는 아기자기 예쁘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빌라 아드리아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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