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를 보는 방법
로마를 여행하는 10일 중 하루는 폼페이에 할애하기로 하였다. 같이 간 친구는 전에 이미 이탈리아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폼페이에도 갔었다고 했다. 로마에서 출발하는 당일치기 투어로 갔었다고. 인터넷을 찾아보면 로마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나폴리, 폼페이, 어디, 어디 이런식으로 들르는 투어들이 많이 나온다. 이동 수단과 점심이 포함되어 있는. 대부분 폼페이에서 한 두시간 머물며 중요한 곳을 둘러 보고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점심 먹고 오후에는 다른 남 이탈리아를 돌아보는 코스다. 근데 "폼페이"라는 예를 볼 수 없는 화산으로 인해 멸망한 고대 도시를 보러 가면서 한 두시간 본다는 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어에 속하게 되면 조금 더 보고 싶어도 얼른 얼른 이동해야 해서 마음껏 볼 수가 없을 테니까. 그래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투어 말고 그냥 개인적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결론적으로 이 결정은 아주아주 옳은 것이 되었다)
폼페이 가는 길.
로마 테르미니 역에서 전철을 타고 나폴리 역에서 내린다. 내려서 Garibaldi 지하철역으로 도보로 이동해서 CIRCUMVESUVIANA라는 사철을 타야 한다. 워낙 폼페이 가는 사람이 많아서 바로 찾을 수 있다. 잘 모르면 그냥 "폼페이"라고 역 사람한테 물으면 저리 가시오..라고 가르쳐 줄 것. 이탈리아 답지 않게 폼페이가는 사철역까지 친절하게 표지판이 안내되어 있다. 사철 Circumvesuviana의 Sorento행을 타고 Pompei Scavi역에서 내리면 된다. 전철비는 비싸지 않은데 에어컨도 안나오는 아주아주 옛날 전철이라서 여름에 타면 쪄죽는다. 어쩔 수 없음! 약 40분 소요.
인터넷 폼페이 홈페이지에서 받은 지도를 올려둔다.(이탈리아어, 영어)
폼페이는 이렇게 아홉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 마을이 통째로 화산에 뒤덮인 터라 굉장히 넓다. 투어를 통해 오게 되면 이 구역들을 다 돌아보기는 불가능하고 유명한 집들만 안내받아서 보게 된다고 한다. Pompei Scavi역에서 내리면 들어가는 입구가 8구역 왼쪽 아래 부분.
이 입구로 들어가서 우선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1구역과 2구역쪽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9월 초에 갔는데 여전히 더워서 물과 양산, 혹은 모자가 필요하다. 그늘이 없어서 잘못하다간 일사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걸어 내려가며 집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에 들어가 본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로마 국립 박물관에서 보았던 고대 로마 집들의 벽화나 타일 바닥을 여기서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모두 벽화, 바닥 타일은 기본 디폴트였다는 얘기였겠지. 귀족의 집에서는 유명한 화가나 예술가를 불러 집을 꾸몄을테고 일반 가정집에서는 동네 장인에게 맡긴게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 정도 집이면 부잣집이기는 한 걸로 보이지만.
로마 국립 박물관에서 본 바닥 타일. 이런 애들이랑 비교하면 일반 가정집은 역시 소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가정집에서조차도 예술적으로 집안을 꾸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서 재미있다.
집을 지키는 멍멍이.
벽화도 군데군데 남아 있다.
목욕탕인걸로 보이는 곳.
입구에서 가장 오른쪽 끝까지 걸어내려가면 거대한 원형 극장이 나오는데 콜로세움 보다는 크지 않다고 해도 이런 작은 마을로서는 대단히 큰 원형 극장이다. 여기서 핑크플로이드가 라이브 공연을 했다고 한다. 당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음. 함께 간 친구의 얘기에 따르면 투어로 오게 되면 이곳까지는 멀어서 올 수 없다고 한다. 대부분 입구 근처의 유명한 곳만 보고 가게 된다고. 여기 저기 둘러보면서 입구에서 이곳까지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 편도에만 1시간 정도 걸린다. 원형 극장 옆에는 원형 극장만큼이나 넓은 대운동장이 있는데 현재는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마을 외곽에 있는 묘지. 3번 구역 바깥이다. 마을 안에 묘지를 두지 않았고 밖에 묘지를 만들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을안은 땡볕에 그늘도 잘 없는데 여긴 나무 그늘도 좀 있고 경치도 좋아서 걸어다닐만 했다.
묘지에서 다시 마을로 들어가는 문.
마을로 들어오면 이런 길들이 쭉 이어진다. 어떤 집에 가면 무슨 벽화가 남아있고 어떤 조각이 있고 어떤 유적이 있고 한 것도 볼 만 하지만 폼페이를 이렇게 구석구석 걸어다니는 거 자체가, 눈 앞에 보이는 저 산이 폭발했을 때 당시 사람들 느낌이 어떠했을 지 상상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인 거 같다.
이 정도까지 선명하게 벽화가 남아있다는게 진짜 놀랍고 신기하다.
이곳은 체육장. 원형 극장에서 검투하던 검투사들 연습하던 곳인듯.
여긴 공연하던 극장. 정말 작은 마을 치고 있을 건 다 있다.
다시 보자. 베수비오 산.
오른쪽 크트머리에서 왼쪽 아래 끄트머리 입구쪽으로 다시 걸어 올라와서 이제 왼쪽 위쪽 끄트머리 9번 구역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너무 덥고 땀도 뻘뻘 흘리고 가지고 있던 500 생수는 다 마셔버린 터라 휴게실 겸 매점에 가서 다시 물을 샀다. 알아서 750 생수를 팔더라. 무겁지만 어쩔 수 없다. 물 없이는 쓰러질 지경. 결국 9번 구역까지 갔다 오는 동안 거의 다 마셨다는.
위쪽 구역으로 가는 길도 이렇게 쭉 이어진다. 여긴 사람이 별로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포인트에는 단체 여행객들이 꽉 차 있어서 사람들을 뚫고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9번 구역 가장 끄트머리에 위치한 비밀의 저택. 여기까지 왔으면 폼페이 마을을 한 바퀴 어설프게나마 다 돌아본게 된다.
여기에서 폼페이 하면 떠오르는 이런 당시의 주민들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저택의 보존 상태가 아주 좋아서 당시의 벽이 그대로 남아있다. 여긴 안내인 겸 감시인이 서서 절대 벽을 만지지 못하도록 통제한다.
무엇보다도 이 집에서 가장 봐야 할 것은 이 벽화다. 거의 완전하게 보존되어 있다.
1세기의 벽화가 이렇게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는게 참으로 놀랍니다.
로마 국립 박물관에 있던 이 리비아의 집 벽화와 더불어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는 벽화다.(하지만 여긴 기원전)
9구역 끄트머리까지 갔다가 다시 이런 저런 집들을 단체 관광객에 섞여 구경하며 입구쪽으로 내려간다. 더워.
여긴 위쪽 지역 무덤
입구쪽으로 다시 내려왔다. 오후 늦은 시간이 다 되어 간다.
너무 덥고 지쳐서 그늘에 아무렇게나 앉아 눈 앞에 있는 걸 사진으로 찍었다. 친구가 아까 제일 처음 지나갔던 1 구역에 단체 관광객이 많아 보지 못하고 지나친 목욕탕이 있는데 어쩔거냐고 묻는다. 그럼 아까 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건데. 왕복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 근데 너무 지쳐서 갈 수가 없다. 그냥 오늘 하루 폼페이를 대체적으로 본 것으로 만족. 봐야 하는 건 볼 수 있을 때 보아 두자라는 교훈을 얻음.
나폴리는 기차역에서 내리기만 했기 때문에 아쉬워서 로마로 돌아가기 전에 사진만 한 장 찍어 두었다.
같이 간 친구가 전에 투어로 왔을 때와 오늘 천천히 걸어다니며 돌아본 폼페이의 인상이 전혀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전에 와서 봤을 때는 아무런 인상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잠깐 들러서 여기 저기 설명 들어가며 벽화도 보고 하는 것도 좋을 수 있을 거다. 안내해주니까 편하기도 하고 나폴리나 그 외 다른 곳도 둘러 볼 수 있고. 하지만 역시 마을을 걸어다니며 당시의 생활하던 사람들이 어딜 어떻게 걸어다녔고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을 했고 어떤 문화 생활들을 했는지 등을 확인해 보고 다니다 보면 폼페이라는 마을이 화산에 멸망했다는 사실의 무거움을 느낄 수 있다.
덥고 힘들었지만 인상깊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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